주관적인 글

상습적인 친구의 하소연, 어디까지 들어줘야 할까

늘찬일상 2024. 11. 23. 15:04

전화로 하소연하는 친구

주변에 종종 나를 붙잡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소연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평소 하소연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힘든 일이 있거나 답답할 때 하소연을 할 수 있는 법이지만 허구한 날 전화만 왔다 하면 나를 붙잡고 오랜 시간 감정을 쏟아내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이런 친구한테 전화 오면 처음 몇 번은 받아주더라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전화가 와도 받지 않고 피하게 됩니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라면 하소연을 들어줄 법도 하지만 사실 매번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에너지 뱀파이어, 감정 쓰레기통

흔히 '기가 빨린다'라고들 말하는데, 이렇게 매번 전화로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이고 나를 붙잡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내면 듣는 입장에선 에너지 소모가 상당합니다. 부정적인 기운을 표출하면 옮습니다. 사실 나 자신도 먹고살기 힘든 건 매한가지인데 남의 하소연까지 들어주기엔 여유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심할 경우에는 자신이 짜증 나거나 화가 나게 한 원인이 나인 것 마냥 감정을 실어서 수십 분간 하소연을 쏟아내기도 하는데, 나한테 하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알지만 '나한테 뭐라 하는 건가..'싶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도 받아주기 힘든 부분을 타인에게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나의 여가시간은 존중받아야 한다

바쁘고 정신없는 사회생활 속에서 여가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특히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나서의 여유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식사하고, 씻고 나오면 한두 시간 남짓 있을까 말까입니다. 나만의 휴식시간을 누리는 것에 대한 배려는 당연한 것인데, 내가 바쁘지 않은 시간대인 것을 알고 여가시간을 골라서 계속 전화를 하거나, '언제 시간 돼?' 등 나의 시간을 자신에게 할애해 줄 것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본인이 필요에 의해서 상대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길 원한다면 기본적인 배려와 고마운 마음 정도는 표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다 못해 고민을 들어줘서 고맙다며 매번은 아니더라도 커피 기프티콘 한 잔이라도 보내던가, 맛있는 밥이나 술을 사면서 하소연을 하던가 하는 최소한의 정성이나 감사 표현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소중한 휴식 시간, 즐겁고 재미있는 활동으로 채우고 싶지 부정적인 하소연을 들으며 기가 빨리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고민을 빙자한 하소연, 같은 이야기의 반복

특히 이런 전화의 대부분은 고민을 빙자한 하소연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고민이라고 하여 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이나 조언을 해 주었는데 그것을 수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차라리 고민 해결을 위해  조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내용이 있는 대화가 이어진다면 그나마 괜찮지만, 하소연은 나름대로의 내 생각이나, 해결방법 등을 제시해 주어도 보통 그것을 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건 이래서 안 돼. "

 

"알고 있는데 어쩔 수가 없어."

 

"내가 그걸 모르는 게 아니야."

 

"네가 몰라서 그래."

 

나름대로 정성 들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거기에 대한 답을 해 주었지만 위와 같이 이야기하면 맥이 빠집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에서 해줄 수 있는 모범답안은 무조건적인 공감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빨리 끊기 위해 공감을 해 주어도 같은 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내가 인형인 것 마냥 앞에 두고 분노와 짜증을 쏟아내니 너무 힘듭니다. 저는 이것을 굉장히 서툰 방식의 감정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적인 공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고민이라고 하소연을 늘어놓기 전에, 상대방의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를 먼저 하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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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면 피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들어주다 지친 주변인들은 그 사람의 연락이나 만남을 피하게 됩니다. 매번 받아주던 전화 3번에 1번 받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10번에 1번 받게 되고 아예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본인은 이렇게 털어놓는 것을 스트레스 해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해소된 스트레스는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해결 방법

상습적인 하소연을 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고 계신 경우, 매번 핑계를 대며 전화를 피하기도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그냥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고 저도 그러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전화 안 받고 한참 시간이 지나서 못 받았다고 카톡만 남기는 편입니다. 물론 나중에 카톡을 남기자마자 바로 읽고 "지금은 전화 돼?"라고 답이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오래 통화는 못한다거나, 전화 약속을 두리뭉실하게 미뤄버리는 편입니다. 가끔 가다 한 번씩은 전화를 받는 편인데, 어쩌다 한번씩 받는 전화라 하더라도 같은 이야기 기본 한 시간 동안 듣고 있는 것은 적응이 안 되긴 합니다.

 

습관적인 하소연을 하는 입장이신가요?

혹시라도 본인이 습관적으로 주변 사람에게 하소연을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이 되신다면 감정 해소와 문제 해결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가까운 사람이라면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줄 테지만, 그건 아무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에 상당히 노력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화를 받고 언제까지고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감정 표출을 하기보다 본인의 상황을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연습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의 해결까지 타인이 모두 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담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담 비용도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 값만큼의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담사처럼 당신의 이야기를 항상 들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 값어치만큼의 고마움을 스스로 가지고 있고 표현을 충분히 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스트레스의 해소 방법으로 꼭 전화로 하소연을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같은 스타일의 주변인을 찾아 서로의 이야기를 공평하게 쌍방으로 주고받으며 해소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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