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글

당근 나눔 거지

늘찬일상 2025. 5. 4. 10:54

솔직히 '당근거지' 라는 말은 어감이 썩 좋지 않아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한동안 당근을 이용하지 않던 중, 최근 집 정리를 하며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물건인데 주변에 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당근이 생각나 나눔을 하고자 당근을 좀 이용해 보았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빌런까진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우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니 왜 당근거지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해당 어플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판매가 아닌 무료나눔 기능을 이용했는데, 솔직히 고가의 제품은 아닌 건 맞다. 하지만 필요하면 또 돈을 주고 사야 되는 수요가 분명히 있는 물건이기에 좋은 마음으로 나눔을 체크하고 올렸는데 '나눔'글만 올라오면 알람 설정을 해놓은 건지, 우연히 어플 사용 중 내 글이 올라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채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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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채팅을 걸어 놓고 불발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오전에 온다고 해 놓고 저녁이 되서야 못 온다는 채팅

 

오전에 나눔 글을 올리니 받으러 오겠다며 채팅이 왔다. 출발하겠다고 해서 알겠다 하고 물건을 준비해 놓았지만 한참을 오지 않더니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방적으로 못 갈거 같다며 채팅이 왔다. 뭐, 이런 식으로 죄송하다며 답장이라도 오는 경우는 양반이라고 본다. 온다고 해 놓고 깜깜무소식인 사람도 있고, 3주가 지나서 죄송하다며 지금이라도 받으러 가면 안 되겠냐고 연락 오는 경우도 있었다. 오긴 왔는데 약속한 시간에서 몇 시간이 지나서야 온 경우도 많다. 특히 비대면 거래인 경우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료 나눔 불발이 되는 이유의 개인적인 생각은, 일단 공짜니까 받아야지 해놓고선 막상 시간 내서 오려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왜냐하면, 비싼 물건이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값나가는 물건이었으면 이 악물고 왔을 듯. 본인 생활이 우선일 수 있고, 아무리 저렴한 물건이라지만 이렇게 남의 시간을 배려하지 않을 거면 신청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찔러놓고 묵묵부답인 사람들

 

가장 많았던 유형은 채팅을 걸어 놓고 답장을 하면 읽고 아무 대꾸도 안 하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편의를 위해 거래 장소를 미리 말씀드리는 편인데, 거래장소를 말하니 읽고는 그냥 씹는 사람들. 하다 못해 멀어서 안 되겠다고 이야기라도 해라. 아무리 익명이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 바쁜 일이 있어서 미처 답장을 못 했나 생각하려 해도 거래장소를 말하면 답장이 없는 경우가 너무너무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이 공교롭게, 마침 채팅을 보낸 그 시점에 갑자기 바빠져서 답장을 못 한 걸까?

 

커뮤니티에 '당근거지', '당근빌런' 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케이스들에 비하면 특별한 케이스도 아닌 대화 내용들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짜 사람들은 공짜 좋아하긴 하는구나 싶다. 덕분에 나도 누군가가 보았을 때 거지근성을 티 내고 다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본능 내면 깊숙이 거지근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인간은 지능을 가진 사회적 동물인 만큼 그것을 얼마나 행동으로 실행하고 다니느냐는 본인의 몫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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