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당근거지' 라는 말은 어감이 썩 좋지 않아서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한동안 당근을 이용하지 않던 중, 최근 집 정리를 하며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물건인데 주변에 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당근이 생각나 나눔을 하고자 당근을 좀 이용해 보았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빌런까진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경우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니 왜 당근거지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해당 어플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생겨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판매가 아닌 무료나눔 기능을 이용했는데, 솔직히 고가의 제품은 아닌 건 맞다. 하지만 필요하면 또 돈을 주고 사야 되는 수요가 분명히 있는 물건이기에 좋은 마음으로 나눔을 체크하고 올렸는데 '나눔'글만 올라오면 알람 설정을 해놓은 건지, 우연히 어플 사용 중 내 글이 올라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채팅이 온다.
그런데 문제는 채팅을 걸어 놓고 불발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오전에 나눔 글을 올리니 받으러 오겠다며 채팅이 왔다. 출발하겠다고 해서 알겠다 하고 물건을 준비해 놓았지만 한참을 오지 않더니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방적으로 못 갈거 같다며 채팅이 왔다. 뭐, 이런 식으로 죄송하다며 답장이라도 오는 경우는 양반이라고 본다. 온다고 해 놓고 깜깜무소식인 사람도 있고, 3주가 지나서 죄송하다며 지금이라도 받으러 가면 안 되겠냐고 연락 오는 경우도 있었다. 오긴 왔는데 약속한 시간에서 몇 시간이 지나서야 온 경우도 많다. 특히 비대면 거래인 경우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료 나눔 불발이 되는 이유의 개인적인 생각은, 일단 공짜니까 받아야지 해놓고선 막상 시간 내서 오려니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왜냐하면, 비싼 물건이 아니니까. 조금이라도 값나가는 물건이었으면 이 악물고 왔을 듯. 본인 생활이 우선일 수 있고, 아무리 저렴한 물건이라지만 이렇게 남의 시간을 배려하지 않을 거면 신청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가장 많았던 유형은 채팅을 걸어 놓고 답장을 하면 읽고 아무 대꾸도 안 하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편의를 위해 거래 장소를 미리 말씀드리는 편인데, 거래장소를 말하니 읽고는 그냥 씹는 사람들. 하다 못해 멀어서 안 되겠다고 이야기라도 해라. 아무리 익명이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켰으면 좋겠다. 바쁜 일이 있어서 미처 답장을 못 했나 생각하려 해도 거래장소를 말하면 답장이 없는 경우가 너무너무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이 공교롭게, 마침 채팅을 보낸 그 시점에 갑자기 바빠져서 답장을 못 한 걸까?
커뮤니티에 '당근거지', '당근빌런' 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케이스들에 비하면 특별한 케이스도 아닌 대화 내용들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짜 사람들은 공짜 좋아하긴 하는구나 싶다. 덕분에 나도 누군가가 보았을 때 거지근성을 티 내고 다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본능 내면 깊숙이 거지근성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인간은 지능을 가진 사회적 동물인 만큼 그것을 얼마나 행동으로 실행하고 다니느냐는 본인의 몫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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